2008년, 세계 금융 위기가 전 세계를 휩쓸고 수백만 명의 미국인이 집과 실업자로 전락하면서 패션 중심지에서 기이한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실크 가방이 신분의 상징이었던 고급 매장에서 부유층 고객들은 직원들에게 고가의 상품을 로고 없는 흰색 종이 봉투에 넣어 달라고 조용히 요청했습니다.
이 작은 행동은 어려운 사회적 상황에서 부를 과시하는 것에 대한 수치심, 즉 "명품 수치심"의 초기 징후 중 하나입니다. 고객들은 바깥 세상이 불황으로 휘청거리는 와중에 값비싼 디자이너 가방을 들고 매장을 나설 때 무감각하거나 저속한 사람으로 비춰지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 "명품 수치심"이라는 유령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어느 때보다 더 크고 복잡하며 광범위한 규모로 말입니다. 이는 경제적 불확실성뿐만 아니라 문화와 심리의 근본적인 변화, 그리고 정부와 소셜 미디어의 압력에 의해 더욱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동쪽에서 불어온 폭풍과 서쪽으로 퍼져나간 당혹감
이러한 "명품 수치심" 열풍의 진원지는 지난 15년간 명품 산업의 주요 성장 동력으로 여겨져 온 중국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중국 경제는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청년 실업률이 증가하면서 사회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부자들에게 "지금은 부를 과시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암묵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고는 소비자 행동에 극적인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상하이, 홍콩, 싱가포르의 부유층 소비자들은 크고 눈에 띄는 로고가 있는 화려한 제품 대신, 더욱 세련되고 수공예적인 브랜드를 점점 더 선호하고 있습니다. 모건 스탠리의 한 애널리스트는 "중국 소비자들은 성숙해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차별화를 원하지만, 덜 눈에 띄는 방식으로 하고 싶어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민감성은 중국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베인앤컴퍼니의 글로벌 패션 및 럭셔리 부문 책임자인 클라우디아 다르피지오는 이러한 현상이 서구 사회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부의 불평등과 부유세에 대한 논쟁이 심화됨에 따라, 부를 과시하는 것은 위험한 "정치화"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상류층이 점점 더 큰 압박을 받고 있는 미국에서 특히 두드러집니다. 소외감을 느낀 중산층과 노동자 계층은 경제적 불의의 책임을 엘리트 계층에게 돌립니다. 1만 달러짜리 핸드백과 개인 요트 휴가는 현실과의 단절과 대중의 고통에 대한 무감각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럭셔리 셰임(Luxury Shame)"은 과시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진 젊고 부유한 세대의 쇼핑 행동에도 스며들고 있습니다. 뉴욕의 한 28세 패션 인플루언서는 "저는 여전히 하이패션을 좋아하지만, 더 이상 소셜 미디어에 제 디자이너 가방 사진을 올리지 않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위기의 시기에 허세 부리는 사람이나 눈먼 사람이라는 말을 들을까봐 두렵습니다."

경기 침체와 정부의 소셜 미디어 과시에 대한 단속으로 중국 소비자들은 쇼핑 습관을 바꾸고 있다(사진: 정위멍).
"보이지 않는 백만장자" 역설: 부자들이 자신이 부자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할 때
이 그림에서 가장 복잡한 요소 중 하나는 서구, 특히 미국의 심리적 역설에서 비롯됩니다. UBS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폴 도노반은 흥미로운 현상을 지적합니다. 미국의 많은 부자들이 자신의 부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백만장자에게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맨해튼에 방 두 개짜리 아파트를 소유한 자신에게는 그런 세금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부의 정의에 따르면, 그들은 분명히 백만장자입니다."라고 그는 설명합니다.
부의 현실과 개인적인 감정 사이의 이러한 "불일치"는 여러 가지 이유에서 비롯됩니다. 첫째, 부에 대한 인식은 상대적입니다. 그들은 종종 자신을 슈퍼리치나 IT 억만장자들과 비교하며 "아직은 정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둘째, 그들의 자산 대부분은 부동산이나 연금 기금처럼 유동성이 낮은 곳에 있습니다. "서류상" 백만장자일지 몰라도, 그들의 일상 지출 현금 흐름은 그다지 풍족하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대도시의 높은 생활비로 인해 백만 달러의 재산이 때로는 호사스러운 삶을 살기에는 충분하지 않고 편안한 삶을 유지하기에 충분할 뿐입니다.
이러한 인식의 왜곡은 사치를 극단적으로 묘사하는 소셜 미디어의 압력과 합쳐져 역설적인 상황을 만들어냈습니다. 많은 부유한 사람들은 자신이 가난하다고 느끼는 반면, 실수로 자신의 부를 드러낼 경우 비난과 감시를 두려워합니다.
베인앤컴퍼니의 시니어 파트너인 페데리카 레바토는 "오늘날 부자들은 더욱 신중하게 돈을 쓰고 있습니다. 더 이상 남에게 보이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들은 주목을 피하고 싶어 하며, 세련되고 신중한 스타일을 추구합니다."
시장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그 도전은 바로 Gen Z입니다.
이러한 심리적, 사회적 격변은 명품 산업에 큰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베인앤컴퍼니의 최근 보고서는 다소 암울한 전망을 제시합니다. 전 세계 개인 명품 시장은 2025년까지 2%에서 5%까지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며, 가죽 제품, 화장품, 시계 등 주요 부문의 수요 감소가 예상됩니다.
그 이유는 단순히 "명품에 대한 수치심" 때문만은 아닙니다. 소비자들은 품질이나 디자인 개선 없이 가격만 올리는 데 점점 더 지쳐가고 있습니다. 많은 브랜드가 "프리미엄화" 전략을 악용하여 고객의 핵심 가치를 깎아내리는 것처럼 보입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명품 업계가 세대적 난관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바로 Z세대와의 단절입니다. 이 세대는 명품이 재정적으로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접근하기 어렵다고 느낍니다. 이들은 주요 브랜드의 창의성, 포용성, 그리고 진정성 부족에 좌절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Z세대는 이전 세대처럼 부를 과시하지 않습니다. 대신 "삶의 질과 개인적인 선택"을 우선시합니다. 지속가능성, 장인정신, 그리고 독점성과 같은 더 깊은 가치를 추구합니다. D’Arpizio에 따르면, 명품 업계는 약 5천만 명의 잠재 고객을 잃을 위기에 처해 있으며, 특히 이 젊은 세대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Z세대는 자신감 있고 적극적인 충동구매자로서 글로벌 젊은 세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미래 시장 성장에 최대 130%까지 기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사진: Jing Daily).
새로운 게임: '시끄러운 사치'에서 '조용한 사치'로, 그리고 경험
이러한 엄청난 변화에 직면하여 명품 브랜드들은 게임의 규칙을 바꿔야 합니다. "럭셔리 셰임(luxury shame)" 열풍은 "시끄러운 럭셔리"의 시대를 마감하고 "조용한 럭셔리" 또는 "은밀한 부"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습니다.
이제 엘리트들은 거대한 로고 대신, 내부자들만 알아볼 수 있는 독특한 경험과 고품질 제품에 돈을 쓴다. 폴 도노반의 농담처럼, 이제 즐거움이란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될 수 있다. 럭셔리 휴가, 미슐랭 레스토랑 저녁 식사, 테일러 스위프트 콘서트 티켓처럼 말이다. 이러한 경험들은 비용이 많이 들지만, 수십억 원짜리 시계를 과시하는 것보다 훨씬 친밀하게 공유되고 남을 판단하지 않는다.
스마트 브랜드들은 "럭셔리 셰임(luxury shame)" 열풍에 발맞춰 나가고 있습니다. 루이비통의 모회사인 LVMH는 최근 장인정신과 문화를 강조하는 로고 없는 라인을 선보였습니다. 에르메스는 "less is more(적을수록 좋다)"라는 전략을 고수하며, 가격 인상, 한정판 출시, 그리고 개인 맞춤형 경험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한편, 케링(구찌 모회사)은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습니다. 인지도 높은 제품에 대한 의존도로 인해 2024년 상반기 브랜드 매출이 크게 감소했습니다. 구찌는 더욱 세련되고 "조용한 럭셔리"를 추구하는 고객층을 향해 재정비하고 있습니다.
엘리트층을 유지하기 위해 고급 제품을, 젊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을 제공하는 "하이-로우" 전략 또한 현명한 방향으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간단하지 않습니다. 한 브랜딩 전문가는 "과시적인 요소를 기반으로 브랜드를 구축했다면, 정체성을 잃지 않고 미니멀리즘으로 전환하기는 어렵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럭셔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문제는 이것이 단지 경제적, 사회적 불안에 대한 일시적인 반응인지, 아니면 장기적인 추세의 신호인지입니다.
많은 전문가들에 따르면, "명품 수치심"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닙니다. 이는 부자들이 소비 가치를 인식하는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더 이상 "품격을 과시하기 위해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취향과 품격을 드러내야 한다는 의무감"을 나타냅니다.
다르피지오 씨는 낙관적인 전망을 유지하며, 최고 브랜드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하반기가 업계의 크리에이티브 부활을 알리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이러한 창의성의 물결은 업계가 고객과 다시 소통하는 데 필요한 활력소가 될 수 있습니다.

부유한 소비자들은 잘 알려진 품목에 돈을 쓰는 대신, 로고가 아닌 장인정신, 소재, 개인화에 가치가 있는, 보다 독점적이고 '조용한' 브랜드를 선택하고 있습니다(사진: 게티).
하지만 앞으로의 길은 여전히 험난합니다. 부를 찬양하면서도 면밀히 살펴보는 세상에서, 명품 브랜드는 섬세한 경계선을 따라가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그리고 부자들이 자신이 부자라는 사실을 부끄럽게 여기기 시작하면, 그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부를 축적하는 패션, 부동산, 여행 등 산업 전체가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출처: https://dantri.com.vn/kinh-doanh/nguoi-giau-xau-ho-vi-qua-giau-khi-hang-hieu-khong-con-la-thu-de-khoe-20250630100500946.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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